키보드 스위치, 적축 갈축 청축 뭐가 다른가

기계식 키보드 스위치, 적축·청축·갈축·황축 같은 이름을 들어봤을 겁니다. 스펙 표를 보면 작동력 45g, 작동점 2.0mm 같은 숫자가 나오는데, 솔직히 이걸 보고 타건감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저는 갈축만 써봤습니다. 다른 스위치는 매장에서 잠깐 눌러본 게 전부입니다. 그래서 이 글은 “4종 스위치를 다 써본 전문가의 비교”가 아닙니다. 대신 스위치를 처음 고르는 사람이 실제로 알아야 할 것, 그리고 흔히 하는 실수를 정리했습니다.

스위치의 세 가지 계열

스위치는 크게 세 계열로 나뉩니다. 리니어, 택타일, 클릭키. 이 세 단어만 기억하면 나머지는 응용입니다.

리니어(적축, 황축, 흑축)는 걸림 없이 쭉 눌립니다. 키를 누를 때 아무런 저항이나 소리가 없습니다. 게이밍에서 빠른 연타가 필요하거나, 사무실처럼 조용해야 하는 환경에서 많이 씁니다.

택타일(갈축)은 누르는 중간에 살짝 걸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소리는 안 나지만 손가락으로 “지금 입력됐다”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습니다. 리니어와 클릭키의 중간이라고 보면 됩니다.

클릭키(청축)는 누를 때 딸깍 소리가 납니다. 타자기 치는 느낌이 납니다. 타건감이 가장 강렬하지만 소음도 가장 큽니다.

청축 소음은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초보자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청축 소음을 과소평가하는 겁니다. 유튜브 영상으로 들으면 “경쾌하네, 괜찮은데?”라고 생각합니다. 막상 옆에서 들으면 다릅니다.

청축은 키 하나하나가 딸깍딸깍 소리를 냅니다. 분당 200타를 치면 분당 200번 딸깍거립니다. 옆 사람 입장에서는 고문입니다. 사무실에서 청축 쓰면 민원 들어옵니다. 기숙사에서 청축 쓰면 룸메이트와 사이가 나빠집니다.

청축은 혼자 쓰는 공간에서만 쓰세요. 그게 아니면 처음부터 적축이나 갈축을 사세요.

스펙만 보고 사지 마세요

작동력 45g, 작동점 2.0mm. 이런 숫자는 스위치를 비교할 때 참고는 되지만, 실제 타건감을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같은 45g라도 체리 적축과 게이트론 적축의 느낌은 다릅니다. 같은 갈축이라도 택타일 범프의 강도가 제조사마다 다릅니다.

스펙 표로 스위치를 고르는 건, 스펙 표로 침대 매트리스를 고르는 것과 비슷합니다. 숫자만 봐서는 내 몸에 맞는지 알 수 없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스위치 테스터를 사는 겁니다. 1만원 안팎으로 여러 스위치 샘플이 들어있는 키트를 살 수 있습니다. 직접 눌러보면 리니어가 좋은지 택타일이 좋은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그게 귀찮으면 핫스왑 키보드를 사세요. 핫스왑은 납땜 없이 스위치를 뺐다 꽂을 수 있는 기능입니다. 처음에 갈축으로 사서 쓰다가 적축이 궁금하면 스위치만 바꾸면 됩니다. 키보드를 새로 살 필요가 없습니다.

비싼 체리 스위치를 고집할 필요 없습니다

기계식 스위치 하면 체리(Cherry MX)가 원조입니다. 독일 회사고 수십 년 역사가 있습니다. 그래서 “스위치는 체리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닌데, 요즘은 게이트론(Gateron)이나 카일(Kailh) 같은 브랜드도 품질이 좋습니다. 특히 게이트론은 체리보다 부드럽다는 평가가 많고, 가격은 절반 정도입니다.

처음 사는 키보드에 체리 스위치가 들어있으면 좋긴 합니다. 하지만 체리라서 더 비싼 키보드를 살 필요는 없습니다. 게이트론 스위치 들어간 핫스왑 완제품을 10~15만원에 사는 게 더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제가 갈축을 쓰는 이유

처음 기계식 키보드를 살 때 갈축을 샀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모르겠으면 갈축”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봤고, 그냥 그렇게 샀습니다.

지금도 갈축을 씁니다. 익숙해졌기 때문입니다. 적축을 매장에서 눌러봤는데 너무 미끄러운 느낌이었습니다. 입력이 됐는지 안 됐는지 손가락으로 모르겠더군요. 청축은 소리가 싫었습니다. 결국 갈축이 제 스타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제 경우입니다. 게이밍을 많이 하는 사람은 적축이 나을 수 있습니다. 타건 소리를 즐기고 싶은 사람은 청축이 나을 수 있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처음이라면 이렇게 하세요

결론을 짧게 정리합니다.

용도가 명확하면: 게이밍 위주 → 적축, 타이핑 위주 + 소리 좋아함 → 청축, 둘 다 또는 잘 모름 → 갈축.

환경이 중요하면: 사무실·기숙사·카페 → 적축 또는 저소음 스위치. 청축은 혼자 쓰는 방에서만.

잘 모르겠으면: 갈축 + 핫스왑 키보드. 나중에 바꿀 수 있으니까.

예산이 제한적이면: 체리 고집하지 말고 게이트론 스위치 키보드. 품질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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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에 대한 기술적 배경은 위키백과에서 더 찾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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